[중앙일보]'세한도'까지 국가 기증했다…손세기·손창근 代 이은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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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까지 국가 기증했다…손세기·손창근 代 이은 기부
2018년 중앙박물관에 304점 컬렉션 넘겨
대 이은 사업가 손창근 올초 '세한도' 기증
박물관 측 서훈 추진…"연내 특별전 열 것"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0일 “세한도 소장자인 손창근씨가 그간 박물관에 기탁해왔던 작품을 아예 기증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손씨는 올 1월 박물관 측에 전화를 해 기증 의사를 밝혔고, 설 연휴 직후 만남이 성사돼 기증원을 전달했다고 한다. 앞서 손씨는 지난 2018년 대를 이어 소장해온 컬렉션 304점을 중앙박물관에 기증하면서 ‘세한도’ 한 점만은 기탁 형태를 유지했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착이 컸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미 ‘언젠가 국가에 내드릴 것’이란 취지로 말했고, 올 초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세한도는 제주도에 유배 중인 김정희가 그려 1844년 제자 이상적(李尙迪)에게 선물한 작품이다. 원래는 덩그런 집 한 채와 나무 네 그루만을 표현한 단출한 그림이지만, 청나라 명사 16명에게서 받은 감상문을 비롯해 근현대의 오세창, 정인보 등의 글이 붙어 총길이 10m 넘는 두루마리 대작으로 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증의사를 확인한 뒤 적절한 전시 시점을 저울질해왔다. 이애령 미술부장은 “연내 ‘세한도 기증 특별전’을 포함한 전시를 추진 중이며 이르면 11월쯤 국민들께 가장 좋은 형태로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기증자인 손씨에 대해선 서훈이 추진되고 있다.
손씨의 기증은 선친으로부터 대를 이은 것이다. 개성의 이름난 인삼 무역 실업가였던 손세기 선생은 생전인 1974년 서강대에 ‘양사언필 초서’(보물 제1624호) 등 고서화 200점을 기증했다. 아들 손씨는 서울대 공대 졸업 후 공군을 예편하고, 60년대 외국인 상사에서 근무한 이후 사업에 매진하면서 선친의 나눔 정신을 이었다.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회에 연구기금으로 1억원을 기부하고, 2012년에는 50여 년간 나무를 심고 가꾸어 온 경기도 용인의 1000억원대 산림 200만 평(서울 남산의 2배 면적)을 국가에 기부했다. 88세가 되던 2017년에도 50억원 상당의 건물과 함께 1억원을 KAIST에 기부했다.
이번 기증엔 손씨의 아들 손성규 연세대 교수(경영학) 등 자녀들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8년 손세기·손창근 컬렉션을 기증받은 뒤 상설 전시관 2층 서화관에 ‘손세기·손창근 기념실’을 마련해 운영해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평소 근검절약하여 수집한 문화재들을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없이 기증하겠다는 손창근 선생의 결단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온전히 지켜내고 우리 모두의 후손에게 다시 돌려주는 소임을 다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된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강혜란 기자 2020. 08. 20 개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