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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단독] 유찰된 간송 불상, 국립중앙박물관이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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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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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재단이 재정난에 내놓은 보물, 박물관후원회가 기부금 보태 두 점 합쳐 30억 이하로 구입

지난 5월 간송 전형필(1906~1962)의 후손이 경매에 내놨다가 유찰됐던 '보물' 불상 두 점을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이 구입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23일 "케이옥션 경매에서 유찰됐던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을 최근 박물관이 구입했다"며 "박물관 자체 예산에다 우리 박물관을 후원하는 순수 민간단체인 국립중앙박물관회(회장 신성수 고려산업 회장)가 기부금을 보탰다"고 밝혔다. 구입 가격은 두 점을 합해 30억원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 무시할 수 없었다"

간송 불상 사진

일제강점기 간송이 수집한 이 불상들은 간송 후손이 소유하고 간송미술관이 관리해 왔으나, 누적된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송 측이 국가 보물을 시장에 내놨다는 안타까움이 더해지면서 경매 결과를 놓고 초유의 관심이 쏠렸으나 결과는 유찰. 각각 시작가 15억원에 나왔으나 두 점 모두 응찰자가 나서지 않는 '굴욕'을 겪었다.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선 "간송 전형필이 어떻게 모으고 지켜온 유물인데 참담하다" "국가가 나서서 구입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박물관 또 다른 관계자는 "개인 소장품인 데다 경매에서 유찰된 문화재를 국민 세금으로 구입하는 것에 대해 내부 반대도 많았으나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했다. 불상은 경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져 내·외부 전문가들의 조사와 검토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은 높이 38㎝의 7세기 불상. 부처님 얼굴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모습으로, 살짝 오므린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걸렸다. 아랫배를 내밀고 오른쪽 다리에 무게를 싣고 서 있으며, 오른쪽 옷자락이 흘러내려 어깨와 가슴이 훤히 드러나 있다. 케이옥션은 이 불상을 출품하며 "출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우리나라에서 같은 시기에 제작된 금동불상으로는 드물게 큰 크기"라고 설명했다.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은 높이 18.8㎝. 머리에 보관을 썼으며, 가늘고 긴 눈매, 오똑한 콧날, 앞으로 내민 입술과 튀어나온 광대가 인상적이다. 경남 거창에서 출토됐다고 전해질 뿐 확실한 유래는 알 수 없다. 케이옥션은 "두 손을 배 앞으로 모아 보주를 감싸 쥐듯 받든 모습과 양옆으로 뻗은 옷자락은 일본 호류지의 구세관음과 특히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유물로 인한 상속세 아니다"

앞서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2013년부터 대중 전시와 문화 사업들을 병행하면서 이전보다 많은 비용이 발생해 재정적 압박이 커졌고, 2018년 간송의 장남인 전성우 전 재단 이사장 별세 후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비용이 유물에 대한 상속세로 해석되면서 문화재 상속세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국보·보물 등 지정문화재는 상속세가 비과세되고, 비지정문화재라도 공익법인인 미술관 등의 전시·보존품 등에 대한 상속세는 징수가 유예되기 때문에 실제로 간송 일가의 문화재 상속세 부담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간송 측이 말하는 비용은 문화재의 상속과 관련된 게 아니라 부동산 등 문화재 외의 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2020. 08. 24 게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