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종 변호사'유금와당박물관'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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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와당의 美 함께 나누는 공간 됐으면”
입력: 2008년 05월 16일 17:44:19
ㆍ유금와당박물관 개관한 ‘기와 박사’ 유창종 변호사
“컬렉션은 완성 단계라고 보면 됩니다. 이제 국내에서 기와를 더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으로 관심있는 분들과 젊은 세대와 기와의 아름다움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16일 오후 서울 부암동 석파정길에 있는 유금와당박물관을 개관한 유창종 변호사(63)는 마치 큰 숙제를 마친 학생처럼 홀가분한 표정으로 개관식 손님을 맞고 있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기와 박사’다. 검사와 변호사라는 일상이 분주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30년간 기와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 전국을 돌아다닌 그의 정성과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번 박물관을 연 것은 이런 완성단계의 와당(기와 한쪽 끝에 둥글게 모양을 낸 부분) 컬렉션을 공유하고 싶어서다. 이미 그는 자신의 기와를 기증한 바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유창종실’과 ‘이우치실’이 있는데, 한쪽이 바로 그가 기증한 것이다. ‘이우치실’은 일본인 내과의사 이우치 이사오(井內功·1911~1992)의 컬렉션이다.
“이우치가 87년 우리 기와를 반환하면서 귀한 고구려 기와 등을 아들에게 물려줬어요. 그런데 이번에 그 나머지를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기증하자’고 설득해서 기증받았습니다.(의례적인 가격으로 구입했다며 기증이라고 표현했다.) 거기에 제가 모은 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 등 각국 기와를 더해 2700여점을 전시합니다. 동양 최고의 와당을 만들었던 선조들의 예술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가 기와에 심취하게 된 것은 78년 충주에서 초임 검사로 일할 때였다. 이때부터 발품을 팔고 다녔다. 이렇게 문화재 답사를 다니다 중원 고구려비를 발견한 일화는 유명하다. 문화재 분야 수사에도 관심을 가져 순천지청장 시절 국보로 지정된 거북선 총통이 가짜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문화 운동가 또는 아마추어 미술사학가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이룬 셈이죠. 미술하는 아내(금기숙 홍익대 미대 교수)의 영향도 있어요. 박물관 이름도 저와 아내의 성을 땄습니다.”
그는 검사 시절 마약 수사 분야를 개척한 것으로 명성을 날렸다. 공직자로서의 깔끔한 몸가짐을 유독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직후 서울지검장에서 물러나면서 법복을 벗었는데 안타깝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갑자기 물러났지만 명예를 회복해서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법무법인 세종의 중국본부장으로 한 달의 반을 베이징에서 보내고 있다. 거기서도 기와를 찾아다니고 있다.
“중국어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여러 도시로 기와 여행을 다니고 있어요. 그곳에서 중국 기와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있습니다. 숨겨 놓은 기와를 분석해 달라고 몰래 갖고 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사실 한·중·일 3국의 기와에 두루 정통해 현지에서도 톡톡히 예우를 받는다는 전언이다.
개관 후 첫 전시회로 ‘한국와당 수집 100년·명품 100선’을 17일부터 11월29일까지 연다. (02)394-3451
<글 이중근·사진 강윤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