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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800년 된 `고려 나전경함`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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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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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 된 `고려 나전경함` 돌아왔다
2만5천개 나전조각 `예술`…전세계 8점 있는 국보급
기사입력 2014.07.15 17:16:46 | 최종수정 2014.07.15 20: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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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국립중앙박물관회가 일본에서 구입해 기증한 고려시대 나전칠기 경함(불경 보관 상자)을 15일 언론에 공개했다. 네모 안은 경함의 모란당초무늬.
국보급 고려시대 나전경함(자개불경상자)이 일본에서 귀환했다. 800여 년 전 제작된 고려 나전경함은 우리나라에 단 한 점도 없으며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8점밖에 남아있지 않는 초특급 명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고려시대 공예예술의 진수를 보여 주는 국보급 문화재인 나전경함을 최근 국립중앙박물관회(회장 김정태 하나은행 회장)에서 기증받아 15일 언론에 공개했다. 경함은 박물관회가 일본에서 구입한 뒤 지난 5월 23일 들여왔다.

박물관 측은 이날 \"고려 나전칠기는 뛰어난 공예기술과 예술적 가치로 청자, 불화와 함께 고려 미술을 대표하는 `3대 명품`으로 꼽혀 왔다\"며 \"나전칠기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그중에서도 경함은 더욱 귀해 일본, 미국, 유럽 등지의 박물관이나 개인이 소장한 8점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이번에 공개하는 나전경함은 기존 유물과는 별도로 최근에 알려진 데다 보존 상태도 양호해 가치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경함은 높이 22.6㎝, 폭 41.9×20.0㎝ 크기이며 무게는 2.53㎏이다. 경함의 제작기술은 그 명성에 걸맞게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모두 2만5000개의 나전 조각을 일일이 잘라 붙여 모란당초무늬(唐草文)과 마엽무늬(麻葉文), 거북이무늬, 둥근 무늬를 연결한 연주무늬(連珠文)를 세밀하게 표현했다. 박물관 측은 \"장인 1명이 꼬박 1년간을 매달려야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교 경전을 넣어두었던 경함은 고려왕조 때 대장경을 간행하면서 이를 보관하기 위해 제작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고려 원종 13년(1272년) 경함 제작을 담당하는 관청인 `전함(鈿函)조성도감`이 설치됐다는 고려사 기록으로 미뤄 이번 경함도 그 시기를 즈음해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신성수 박물관회 컬렉션위원회 위원장은 \"상자는 6년 전쯤 저명한 일본 고미술상이 전문가들만 참여하는 한 경매에서 구입했다\"며 \"우리 측이 그 존재를 확인하고 고미술상을 수차례 방문해 설득한 끝에 어렵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신 위원장은 \"얼마 주고 샀는지 공개할 수는 없지만 고려불화에 버금간다\"고 귀띔했다. 고려불화는 A급이 100억원, B급이 30억원쯤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예품 가격이 회화에 다소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할 때 경함 구입가는 20억~3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경함은 얇게 갈아낸 자개를 일일이 무늬대로 오려낸 줄음질 기법을 주로 이용했으며 마엽무늬와 귀갑무늬에서는 자개를 가늘게 잘라내 무늬를 표현하는 끊음질 기법도 확인된다. 당초무늬 줄기는 황동선을 사용하고 무늬와 무늬 경계 부분 선은 2개를 하나로 꼬아 사용했다. 이번에 공개한 경함은 크기, 무늬 종류와 배치 등에서 일본 기타무라(北村)미술관 소장품과 거의 일치한다. 옻칠에 골분을 섞어 도장표면 강도가 높고 색깔이 검지 않고 은은한 갈색빛을 띠는 것도 특징이다.

박물관 측은 \"경함은 고려 후기 대량으로 제작됐지만 습도와 건조한 날씨에 노출되면서 대다수가 파손됐다\"면서 \"고려 나전경함 중 다수는 일본으로 전해졌으며 이 가운데 극히 일부가 후대에 여러 차례 보수를 거쳐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에 있는 것들도 모두 19세기 일본에서 건너간 것\"이라고 했다.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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