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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 청자와 함께 고려 미술을 대표하는 유물로 손꼽히지만
국내에 한 점도 전하지 않았고, 세계적으로도 9점에 불과한 ‘나전경함’(螺鈿經函)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 보존 상태가 좋은 데다 뛰어난
예술적 가치를 보여줘 국보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5일 국립중앙박물관회가 일본의 개인소장가로부터 구입한 고려
나전경함(불교 경전을 보관하기 위해 나전 기술을 적용해 만든 함)의 기증식을 갖고 유물을 공개했다. 기증된 나전경함은 높이 22.6㎝, 폭
41.9×20㎝, 무게 2.53㎏으로 고려후기의 것으로 추정된다. 

고운 자태 그대로… 국립중앙박물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박물관 교육관에서 (사)국립중앙박물관회로부터 기증받은 국보급 문화재 ‘고려 나전경함’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뚜껑의 각 모서리를 깎아낸 장방형이며,
각면의 모서리도 부드럽게 처리했다. 모란당초문(牡丹唐草文)이 많고, 부수적으로 마엽문(麻葉文), 귀갑문(龜甲文), 연주문(蓮珠文)이 사용됐다.
제작기법은 세밀하면서도,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고려 나전칠기의 전통을 잘 보여준다. 나전경함에는 잘게 자른 자개 2만5000개 이상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고, 줄기 무늬를 표현하기 위해 황동선을 사용했다.

나전경함이 언제, 어떤 경로를 거쳐 일본으로 나갔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저명한 수장가이자, 은퇴한 고미술상으로 알려진 일본의 원소장자는 6∼7년 전 일부 전문가들만 참가하는 자국 내 경매에서 구입했다. 환수
작업은 지난해 박물관회 관계자들이 일본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본격화됐다.

고려의 나전칠기는 전 세계적으로 10여점에 불과하고,
그중 나전경함은 일본, 유럽, 미국 등에 흩어진 9점이 전부였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2014-07-15 19:2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