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선시대 ‘경포대도’·’총석정도’ 국내로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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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경포대도 <우> 충석정도
고 윤익성씨 유족 기금 지원…국립중앙박물관서 23일부터 공개
국립중앙박물관이 조선시대 그려진 ‘경포대도’, ‘총석정도’ 2점을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18일 재일교포로 자수성가한 고(故) 윤익성 레이크사이드 컨트리클럽 창업주(1922~1996)의 유족으로부터 16세기 중반 제작된 ‘경포대도’와 ‘총석정도’ 2점을 기증받았다.
‘경포대도’와 ‘총석정도’는 현재 전하는 강원도 명승지를 그린 가장 오래된 그림으로, 16세기 감상용 실경산수화 제작 양상을 알 수 있는 유일한 현존작이다.
두 작품은 16세기 중엽 관동지방의 풍경을 유람하고 난 후 감상을 그린 것이다.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세세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전체적인 표현 방법에서 16세기 화풍을 기반으로 현장의 특징에 맞게 화면 구성과 경관 표현을 변화시킨 것을 볼 수 있다. 실경산수화의 전통이 정선(1676~1759) 이전부터 확립돼 있었음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원로 미술사학자 안휘준 교수(전 문화재위원장)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16세기의 대표적인 실경산수화로, 이러한 작품은 한 번 보는 인연도 맺기 힘든 그림”이라고 밝혔다.
기증 받은 두 작품은 강원도 총석정과 경포대를 각각 그린 실경산수화다. ‘총석정도’는 그림 상부에 발문이 있어 이 작품이 제작된 내력을 알 수 있다. 그림 발문에는 덕원 홍연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아직 신원을 밝히지 못한 상산일로(아호)가 쓴 글에 따르면, 1557년 봄에 홍연과 함께 금강산(풍악산)과 관동 지역을 유람하고 유산록을 작성했고 시간이 흐른 뒤 그중 몇몇 명승지를 그려 병풍을 만들었다고 했다. 관동팔경 중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총석정은 북한지역인 강원도 통천의 명소다. ‘경포대도’는 아래쪽에 있는 ‘죽도’, ‘강문교’로 시작해 경포호를 넘어 위쪽에 있는 경포대와 오대산 일대를 올려보는 구도다.
이번 기증은 고 윤익성 회장 유족의 기부금 지원으로 가능했다. 고 윤익성 회장의 유족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국외 소재 한국문화재를 환수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할 것을 조건으로 국립중앙박물관회에 기부금을 출연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본 교토에 전해지던 위 두 작품을 조사하고 외부 자문위원의 검토를 받아 기증 대상품을 선정했다. 국립중앙박물관회는 구입과 운송 업무를 담당해 기증품이 국내로 돌아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될 수 있도록 도왔다. 기부금으로 박물관이 필요한 작품을 구입해 기증하는 방식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두 작품을 22일 처음 공개하고 23일부터 9월 22일까지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조선시대 실경산수화’ 특별전에서 선보인다. 특별전과 연계해 ‘조선 전기 실경산수화의 전통과 관동명승도’란 주제의 특별강연도 3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실경산수화 특별전은 우리나라 실경산수화의 흐름을 살펴보고 화가의 창작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로, 고려 말부터 조선 말기까지 국내외에 소장된 실경산수화 360여점을 소개한다.
제1부 ‘실재하는 산수를 그리다’에서는 고려시대와 조선 전·중기 실경산수화의 전통과 제작배경을 살펴본다. 조선의 실경산수화는 관료들의 모임을 그린 계회도나 별서도, 회화식지도 등 다양한 회화적 전통과 유교문화, 한국만의 독특한 풍수개념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제2부 ‘화가, 그곳에서 스케치하다’에서는 여행을 떠난 화가들이 현장에서 자연을 마주하고 그린 초본을 선보인다. 1788년 정조의 명을 따라 관동지역과 금강산을 사생한 김홍도(1745~1806 이후 ?)의 ‘해동명산도첩’을 비롯해 친구와 함께 유람을 하며 남한강의 풍경을 스케치한 정수영(1743~1831)의 작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제3부 ‘실경을 재단하다’에서는 화가가 작업실로 돌아와 초본과 기억 등을 바탕으로 산과 계곡, 바다, 나무와 바위, 정자 등의 경물을 재구성하며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그림 속 화가의 위치를 상상하며 그들의 시점과 구도의 관계를 짚어보고 화첩, 두루마리, 선면 등 다양한 매체에 따른 구성과 여정의 편집을 살펴본다.
제4부 ‘실경을 뛰어넘다’는 화가가 경치를 재해석해 실제 모습에서 자유로워지거나 독창적인 작품에 주목했다. 화가들은 실경을 뛰어넘어 형태를 의도적으로 변형하거나 과감하게 채색하고 붓 대신 손가락, 손톱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원근과 공간의 깊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화가들이 고민했던 흔적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배기동 관장은 \"이번 전시에 소개된 김응환의 작품에서 독창적인 기법을 볼 수 있다\"면서 \"김응환의 작품은 이현 선생이 전시를 허락해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