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l] [한국의 재벌3세]'스마트한' 적통 후계자…리더십 시험대
관련링크
본문
[한국의 재벌3세]\'스마트한\' 적통 후계자…리더십 시험대
[윤석민 태영건설 부회장]방송·건설 \'부진\' 난관..임직원 소통경영 중시
이 기사는 2015년 03월 10일 08:5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영그룹은 모태가 건설업이었지만 방송사업에 진출하면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손꼽히는 방송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만큼 세간의 관심도 크다.2세 경영인인 윤석민 부회장(사진)은 이 같은 관심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 받았다. 그룹에 입사 한지 20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지만 큰 문제 한 번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자기관리에 철저한 모범생 후계자이다. 그에 대한 평가도 \'스마트하다\', \'점잖다\', \'예의 바르다\' 등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윤 부회장이 그룹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경영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그룹의 양대 축인 건설과 방송경영 여건 악화와 맞물려 윤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도 나온다.
◇엘리트 코스 덕 \'재계 인맥\' 풍부…그룹 후계자 낙점
다른 기업 오너2세와의 인맥도 화려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 등과는 고등학교 동문이다.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등과도 대학원 인맥으로 연을 맺고 있다.
윤 부회장은 태영그룹 창업주인 윤세영 회장의 1남 2녀 중 장남이다. 윤 회장의 두 딸 중 장녀인 윤수연 씨는 황두연 ISMG코리아대표의 부인으로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막내이자 차녀인 윤재연씨는 태영그룹 레저부문 계열사인 블루원의 대표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윤 회장의 장남이자 외동아들인 윤 부회장은 일찌감치 그룹 후계자로 낙점됐다. 이 같은 환경은 그의 성향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어려서부터 주위시선이 집중되면서 가정교육도 엄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진중하고 예의 바른 오너 2세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부회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 공대출신이지만 인문학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회사 직원들에게 인문학 도서를 추천해 줄 정도로 인문학에 해박하고, 임직원들에게 독서도 장려했다.
인문학을 매개로 한 재계 2~3세 경영인들과의 소통도 활발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 재계 후원회인 ‘박물관의 젊은 친구들\'(Young Friends of the Museum·YFM) 회원으로 함께 활동하면서 박물관 유물 공부모임, 후원금 모금 등에도 참여했다.
윤 부회장의 종교는 아버지인 윤 회장의 영향을 받아 천주교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부터인가 술을 끊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술은 가까이 하지 않는 편이다. 태영그룹 후계자로서 지위가 높아질 수록 그의 자기관리는 더욱 철저해진 것으로 보인다.
◇건설·방송 오가며 성장…임직원과 허물없이 지내
태영그룹은 1973년 설립된 태영개발을 모태로 국내외 4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SBS 등 방송미디어 사업에 진출하면서 대기업으로 도약했다. 이후 물사업, 신재생에너지사업, 레저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크게 확장했다.
윤 부회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와 동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1989년 태영건설 기획담당 이사로 경영에 첫발을 내딛었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으나 오너2세 또는 3세들이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당시 26세)에 속한다.
1996년부터는 태영그룹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서울방송(현 SBS) 기획조정실 이사대우 직함을 달면서 방송경영으로 경영보폭을 넓혔다. 이후 경영심의실장, 기획편성본부장 등의 자리를 거치면서 방송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익혔다. 당시 2세 경영인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사원들과 거리를 두지 않고,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탈한 스타일로 알려졌다.
그러나 SBS에서의 정착은 쉽지 않았다. 노조의 ‘세습경영\' 반대에 부딪히면서 자회사인 SBSi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2009년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에 취임했으며 2004년에는 태영건설 사장으로 취임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그룹 후계자인 만큼 남들보다 승진이 빨랐던 것도 사실이다. 윤 부회장은 부쩍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신경을 썼다. 임직원들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호프데이 등의 행사를 개최하는 등 스킨십 경영을 강화했다. 또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항상 사원들에게 존칭을 사용할 정도로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중시하는 2세 경영인 중 한명이다.
◇주력계열 실적 부진 고심
지난 2011년 윤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뒤 아들인 윤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윤 부회장은 태영건설 지분 27.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지분율은 30%를 넘어설 정도로 그룹에 대한 지배력도 공고한 상태이다.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 받았지만 윤 회장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영권을 승계 받은 이후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게다가 최근 그룹의 양대 축인 태영건설과 SBS 등 주력 계열사 실적 부진은 윤 부회장의 고민거리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57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공공공사의 채산성 악화와 입찰 담합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 200억 원이 순손실을 키웠다.
SBS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중계권 구입을 위해 투입한 비용에 발목을 잡혔다. 업계에 따르면 7500만 달러(당시 환율 900억 원)를 투입해 중계권을 사들였다. 이를 KBS와 MBC에 되팔았지만 월드컵 광고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지난해 연결기준 7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또 건설과 방송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추진했던 인제스피디움 사업에서도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력계열 실적 부진 영향으로 경영에 한발짝 물러났던 윤 회장이 다시 복귀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윤 부회장이 창업주인 아버지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업황 부진 속에 건설과 방송부문 실적 개선은 윤 부회장이 경영자로서 리더십을 검증받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