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재계 3세 CEO가 뛴다] <20> 이우현 OCI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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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4 18:16:31
'人間萬事 塞翁之馬(인간만사 새옹지마)'
세상 모든 일은 북쪽 국경에 사는 늙은이의 말과 같다는 뜻으로 인생의 길흉화복이 수시로 바뀔 때 사용되는 말이다. 요새 OCI의 폴리실리콘 사업을 보면 위의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차세대 먹거리로 한때 기업 전체를 이끌어갔던 폴리실리콘 사업이 지난해부터 계속된 업황악화로 OCI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는 까닭이다.
OCI 폴리실리콘 사업의 명운은 이우현 OCI 부사장의 진퇴와도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폴리실리콘 사업에 기업의 미래를 건 사람은 이수영 OCI 회장이지만 그 미래를 책임질 사람은 이 부사장이기 때문이다. 2009년 회사이름을 동양제철화학에서 OCI로 변경하면서 이 부사장을 신임 등기이사로 선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폴리실리콘 사업의 추락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은 도덕성 문제는 요즘 이 부사장의 양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철저한 차기 총수 교육받아
이우현 부사장은 OCI의 차기 총수로 교육받았다. OCI가 석유화학업체인 점을 감안, 서강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밟았다.
학업을 마친 이 부사장이 선택한 곳은 금융업계였다. 이 부사장은 인터내셔널 로우 머티리얼, 홍콩CSFB(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 BT울펜손, 체이스 맨해튼 뱅크, 서울Z파트너스 매니징 디렉터 등 국내외 투자회사를 거치며 실력을 키웠다.
이 부사장이 OCI(당시 동양제철화학)에 합류한 것은 2005년이었다. 전략기획본부장 전무로 그룹 업무를 시작한 이 부사장은 초고속 승진을 거쳐 현재 OCI사업총괄부사장을 맡고 있다.
1968년생 라인 일원
이우현 부사장은 1968년에 태어났다. 우리나라 재계에서 1968년생들이 지니는 의미는 적지 않다. 날고 기는 그룹의 후계자들 중 1968년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며 재계의 미래를 짊어질 세대로 꼽히고 있는 까닭이다.
이 부사장 이외에 재계 1968년생 라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허용수 GS 전무 등이 자리하고 있다. 밀어붙이기식, 몸으로 때우기식 경영을 했던 선대와 달리 1968년생 경영인들은 해외에서 배운 전문 경영지식을 응용해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고 SNS 등을 통해 활발한 소통을 벌이는 등 새로운 모습으로 재계의 색깔을 바꾸고 있다.
이 부사장은 정용진 부회장, 김재열 사장, 박진원 부사장, 허용수 전무 등과 함께 '박물관의 젊은 친구들' 회원이다. 국립중앙박물관 후원회인 본 모임은 표면적으로 박물관 소장품 구입 지원과 각종 문화행사 등을 돕는 자선단체이지만 1968년생 경영인들의 친목 모임의 역할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오너리스크에 '삐그덕'
이우현 부사장은 2009년 이후 증권거래법 위반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09년 내부정보를 이용한 OCI 주식거래로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로 지난해 4월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2007년 10월 OCI의 폴리실리콘 공장 증설을 위한 1,600억원 투자정보를 이용, 회사 주식 8,000주를 차명으로 매입한 뒤 되팔아 5억원을 남기는 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로 1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명목이다. 이 부사장은 이에 불복해 현재 고등 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이 부사장의 재판결과는 고스란히 OCI의 오너리스크로 이어졌다. 이는 재판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계열사 넥솔론의상장과정에서 대표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2007년 설립된 잉곳ㆍ웨이퍼 생산업체 넥솔론은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 차례에 걸쳐 공모 희망가를 낮춘 바 있다. 물론 태양광 업황과 증시 부진이 반영된 결과지만 증권전문가들은 결정적 사유로 오너리스크를 꼽았다. 넥솔론은 이 부사장과 동생인 이우정 전 넥솔론 대표가 함께 자금을 출자해 만든 회사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처음으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재심의 판정을 받았던 넥솔론은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강수까지 둬야만 했다. 당시 심사에 참여한 한국거래소 관계자조차 "상장을 위해 대표이사가 사퇴한 것은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도 예상 못 한 일"이라고 고개를 저을 정도였다. 그 과정에서 희망 공모가는 계속 하락, 본래 8,500~1만3,000원으로 예상했던 가격이 6,700~8,000원으로까지 떨어졌다. 결국 최종 공모가는 4,000원으로 결정됐다.
OCI 내 관계자에 따르면 관련 재판은 여전히 이 부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부사장은 재판 이후 관련 사안으로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지난 3월 소공동 OCI 본사 9층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또한 기자들의 진입을 통제한 채 진행돼 구설수에 올랐다. 당일 주주총회에서 이 부사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태양광 위기 극복할까
OCI는 요즘 역대 최대의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차세대 먹거리로 주력해왔던 태양광 산업의 악화 때문이다. OCI는 글로벌 수위를 다투는 고순도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다. 폴리실리콘은 작은 실리콘 결정체들로 이루어진 물질로 태양의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태양전지의 원재료다.
OCI는 현재 건설 중인 폴리실리콘 4, 5공장에 대한 투자를 잠정 연기한다고 지난 18일 공시했다. OCI 측은 "유럽재정위기, 태양광 산업 시황 변동 등 악화된 사업환경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투자 중단 이유를 밝혔다.
당초 OCI는 4, 5공장을 증설해 내년 말까지 연산 8만6,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 세계 1위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폴리실리콘 가격 폭락으로 올해 초 공장 증설 속도를 늦춘다고 발표한 것에 이어 결국 잠정 연기까지 결정됐다.
2010년 하반기 kg당 80달러 내외였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해 초 30달러에 머물다가 지난달 25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폴리실리콘 가격 급락은 실적 하락으로 연결됐다. OCI가 밝힌 2012년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5% 하락한 1,018억8,100만원에 불과했다. 매출, 당기순이익 또한 각각 23%, 78%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신사업인 폴리실리콘뿐만이 아닌 기존 주력 사업들의 성적표마저 시원치 않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OCI의 석유석탄화학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3.51%, 2,950억원) 상승했지만 영업이익(340억원)은 10.5% 줄어들었다. 무기화학 및 기타 부문에서도 영업이익 하락(-17.7%, 510억원)을 경험했다.
업계관계자들은 올해도 태양광 업황이 그리 좋아지지 않으리라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설비투자가 급증한 탓에 여전한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데다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유럽의 재정위기가 확산되며 시장 불확실성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1, 2, 3위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인 햄록, GCL, 바커 등이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OCI만 뒷걸음질칠 경우 향후 시장 경쟁력에 큰 손실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폴리실리콘 사업을 추진한 이수영 OCI 회장에 이어 본 사업을 떠받치고 있는 이우현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운 까닭이다.
그럼에도 이 부사장은 여전히 폴리실리콘 사업 회생에 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이 부사장은 "극심한 업황 악화에도 폴리실리콘 사업 수익은 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